홍차리브레-따뜻한 차와 웹툰

<홍차리브레>를 그린 꼬모소이 작가님은 이 작품으로 데뷔했습니다. 필명은 soy como soy라는 스페인어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의미는 '나는 나답게'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의 부제목은 '내 행복은 어디 있을까요? 물음만 늘어가는 서른 살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에는 기록할 의미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홍차리브레>는 몽실몽실하면서도 귀여운 그림체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원했던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을 갖는 홍차영, 소앤유에서 일했지만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혼자서 살아가야 되는 소보리,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부조리한 회사에서 견디기 어려워하는 구슬아. 세 명의 인물들이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인물들은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정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방향이 맞을지 틀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물들은 끊임없이 자기가 선택한 것이 맞는지 물음을 던집니다. 이들이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독자가 스스로 변화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물들은 계속해서 선택을 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할 것입니다. 작가는 홍차영,소보리,구슬아의 여정을 보여준 것이고요.

그런 인물들 주위에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이 작품의 매력입니다. 그들이 마시고 있는 달콤한 디저트와 달리, 또 몽실몽실한 귀여운 그림체와 다르게 쓴 삶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인물들 하나하나에게 감정 이입하기 좋은 작품입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심리묘사였는데요. 이 작품은 인물들의 생각들, 느낀 것들을 전해주는데요. 망설임, 방황, 질문들을 던지면서 독자에게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비유적인 표현을 곁들인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성스레 만든 한 편의 시를 읽는다는 느낌마저 받게 됩니다.
"뜨겁고 씁쓸한 홍차 한 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씁쓸하고 떫은 맛이 나지만 따뜻한 홍차 한 잔은 무엇보다
위안이 되기도 하니까요."
60화 후기 중에서
작가님은 한 컷 한 컷마다 정성을 기울입니다. 이 부분에서 컷툰이라는 장점을 크게 살렸다고 보는데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배경묘사도 인물들의 감정을 짐작할 수 있게 사용됩니다. 그저 비오는 장면이지만 이야기를 보신 분이라면 그 한 컷을 통해 인물들의 심리를 짐작할 수 있죠. 정말 배경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알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작가님이 말하는 '행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들이 하는 행동들과 생각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 스스로 해답을 찾아 냈을지도 모릅니다. 잠시 인물들처럼 방황을 하거나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질 때 읽으면 좋은 웹툰입니다. 따듯한 차 또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보면 더 좋겠네요. 차 또는 커피가 아니면 웹툰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녹여줄지도 모르니까요.
제 취향은 숲 보다는 나무인 듯하네요. 인물의 심리 묘사가 두드러지는 작품이 마음에 들어요. 차분하게 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하며 그들을 이해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게 지나치면 자칫 지루해질 수는 있지만요. 이야기(서사) 진행과 심리묘사 동시에 잘 하는 작품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이런 작품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윤파랑 작가님의 <1인용 기분>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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